김도연 원장] 국민일보_“이번엔 몰카 범죄야?ㅋㅋ” 마리텔 자막, 저만 불편한가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9-11-06 17:54 조회 2,750회관련링크
본문
김도연 원장] “이번엔 몰카 범죄야?ㅋㅋ” 마리텔 자막, 저만 불편한가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자막에 “이번엔 몰카 범죄야?ㅋㅋ”가 등장했다.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있는 방송계에서 불법촬영을 희화화하는 자막을 표출했다는 지적이다.
4일 오후 방송된 마리텔에는 노사연과 노사봉 자매가 출연해 부부의 고민을 들어보는 ‘사랑과 전쟁’을 진행했다.
방송 중반부 쯤 사연 의뢰인과 전화가 연결됐다. 그는 “남편이 내 사진을 몰래 찍어 SNS에 올린다”고 말했다.
이후 패널들이 놀라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당황하며 “예쁜 사진을 올리는 거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 자막에는 “몰래?” “이번엔 몰카 범죄야?ㅋㅋ”가 나왔다. 이어 코미디언 부부가 등장했다.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몰래 촬영해 각각의 SNS에 올리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변호사는 “형사적으로 충분히 처벌될 수 있다.
5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해당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면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부는 “소송으로까지 번질 일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앞으로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리텔 제작진은 불법촬영 문제로 여성단체가 수년째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연한 범죄를 개그 소재로 삼았다.
나아가 이를 희화화한 것은 제작진의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진 기획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에서 다룬 내용과 불법촬영 범죄를 구분해서 생각해야한다.
제작진은 불법촬영을 ‘특이한 놀이’ 정도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개그맨 부부가 대결하듯 서로의 사진을 올리는 것은 개그 코드를 활용한 퍼포먼스의 일종이자
자신들의 인지도와 주목도를 올리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서로가 일정 부분 합의를 한 행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 사진 영상 촬영이자 비동의 유포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제작진은 두 케이스를 동일시하며 희화화했다. 고민상담 케이스는 결혼과 동시에 아내의 신체나 초상권이 남편에게 귀속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이는 불법촬영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퍼트릴 여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몰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문제”라며 “여성단체가 수년전부터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싸우면서 몰래카메라와 불법촬영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해왔다.
놀이처럼 보일 수 있는 ‘몰카’ 대신 불법촬영으로 적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제작진은 언어적 인식도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도연 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현저히 떨어진 기획으로 판단된다.
이런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문제의식을 낮추고 있다”며
“제작진은 이런 주제를 선정할 때 방송의 역할이나 파급력에 대해 면밀히 고민해봤어야 한다.
많은 시청자가 불법촬영 문제를 단순히 에피소드쯤으로 넘겨버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작진의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져보인다.
‘다들 웃어 넘기는데 너만 왜이렇게 예민하게 구느냐’는 식의 인식을 심어줄 여지도 있다”며 “유사문제를 겪는 이들은 2차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젠더 뉴스 읽기’ 측은
“마리텔 채팅창에는 수천수만개의 글이 올라오고 제작진은 그 중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 몇개만 선정해 자막으로 만든다”며
“저런 자막을 필터링하기는 커녕 오히려 손수 선정해 방송에 내보냈다. 얼마전 모 아이돌은 미투를 희화화한 것에 대해 사과문을 냈다.
공영방송인 MBC는 더 큰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899698&code=61181111&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