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원장] 자살의 페르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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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8-02-27 12:50 조회 2,92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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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페르조나
[조은뉴스=홈 > 칼럼 & 인터뷰 > 칼럼 김도연]
페르조나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말한다. 분석심리학자인 융은 자아와 관련해서 ‘페르조나(Persona)’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이는 자아의 편에 서서 외부세계와 협상하는 의식의 일부분인데 우리가 사회인으로 행동할 때 착용하는 가면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우월하게 기능하게 하는 페르조나를 일관성 있게 채택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가장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건강은 페르조나를 얼마나 잘 채택하고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개인이 페르조나를 지나치게 동일시하게 되면 자신이 연기하는 페르조나에 갇혀버려 자아의 역할 유연성을 잃게 되고 단일한 인격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이는 개인이 그 가면을 떨어뜨렸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이면의 측면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페르조나에 가려진 성취와 안전성에 집착하게 되면 개인의 내적 불안 상태는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러한 긴장감을 견디지 못할 때 ’자살‘이라는 무의식적 해방감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최근 OECD 보건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불명예스러운 최우선 순위를 나타냈고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자살의 원인으로 정신적 문제가 가장 주요한 쟁점으로 시사되었다. 물론 그 외 신체적 질병과 경제적 곤란 등의 당면 과제들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심리적 측면의 고려가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심리학자의 입장에서는 의학적, 정치사회적 측면보다는 개인에게 당면한 스트레스와 대처에 초점을 두고 싶다. 흔히 스트레스 취약성과 강인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이는 동일한 사건을 두고 개인이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 것’으로 분별하는 순간 나타나는 자아강도의 탄력성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의 일상은 늘 이러한 선택의 순간을 직면하게 된다. 이때에 우리의 사고가 ‘불가능한 것’에 초점화 되면 상당한 심리적 불편감을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에 활성화된 사고는 강렬한 고통스러운 정서를 수반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선택된다.
우리에게는 삶에서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 누구나가 삶에서 통과의례처럼 부여되는 부모와 자녀와 같은 관계적 역할이 있는 반면 사회 내의 독립적인 주체로서 추구하는 개인 내적인 역할이 있다. 때로는 동기화된 역할이 개인에게 성취와 성장이라는 매력적인 결과를 내어주고 이때에는 전력을 다해 이를 누리고자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가. 매번 홈런을 칠 수도 없는 것이고 삼진으로 상대를 꼼짝도 못하게 퇴장시킬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어느 날은 9회 말 역전 안타를 칠 수도 있고 상대의 공에 맞아 순간 아찔하면서도 불가피한 전진을 하게 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순간에서 지나치게 기뻐할 것도 슬퍼할 것도 없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어느 양극단에 놓이게 되면 늘 극단의 감정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초조함과 긴장은 현명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객관적으로 현재의 사태를 파악하는데 있어 장애물이 된다. 혼돈 속에 쥐고 있는 페르조나를 자칫 최상의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페르조나의 진정성은 역할 유연성에 있다. 이는 다양한 장면에서도 내적 본성을 유지하고 각각의 사회적 페르조나에 탄력 있게 대처하는 개인의 강인성과도 같다. 중요한 것은 내면에 있다. 가치를 추구하되 자아가 손상되어서는 안 되며 하나의 역할에만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해서도 안 될 것이다.
삶이란 우리의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누군가의 독백이 새삼 절실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위해 살던 간에 치우침은 없어야겠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매사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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